한창 입시와 대학생활에 찌들던 시절
나에게 지옥을 선보였던 몇몇 곡 들이 있었다.
실기시험이며 위클리, 연주회, 콩쿠르 등등..
죽을 때까지 잊지도 다시 치기도 싫은 그런 곡들
제목부터가 CHOPIN 4
저 4번이 죽을 4일줄은 꿈에도 몰랐지
얼마나 거칠게 다뤘으면 저리 너덜너덜할까..
총 24개의 프렐류드
철부지 시절 다 칠 각오를 했었다만
몸은 안 따라왔었다.
전주곡도 완곡이 안되는데,
에튀드는 말 다 했지.
쇼팽 프렐류드 3번, Chopin Prelude op.28 no.3 G Major
왼손 16분 음표의 난동
페이지가 얼마 안 된다고 안심했지만
난 애초에 저 Vivace를 따라갈 수 없었다.
하지만 패턴이 있어 그나마 완곡을 했었다.
쇼팽 프렐류드 4번, Chopin Prelude op.28 no.4 G Major
느린 곡이라 방심했었다.
왼손의 화음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걸
이 한 페이지에 눈물 날 정도로 쳤어야 했다.
선생님 曰 느리고 분량이 적은 것은 감정이 응축된 것이란다.
그때 그 시절의 나 曰 (속마음) 뭔 소리일까.
쇼팽 프렐류드 16번, Chopin Prelude op.28 no.16 B flat minor
난 이 길을 걸으면 안 됐었다.
대학 신입생 패기 넘치던 시절 왜
위클리로 이곡을 고른 걸까..
결과는 참담했다..
쇼팽 프렐류드 24번, Chopin Prelude op.28 no.24 D minor
난 이곡을 통해 나의 연주 스타일과
창작 가치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.
나는 오른손 빠른 음표보다 왼손이 더 잘 맞았던 것을
하지만 오른손잡이다 (?)
이 곡을 2015 쇼팽콩쿠르 때 Eric lu 가 친 거 보고
나 또한 망치 빌런 이 돼버렸다.
쇼팽 에튀드 1번, Chopin Etude op.10 no.1 C Major
왼손 보고 방심한 내가 바보였다
상식적으로 왼손이 쉬우면 오른손이
어려운 게 국룰 이건 늘..
오른손 소지에 신경 쓰느라
손가락 찢어지는 줄 알았다 .
쇼팽 에튀드 2번 - 발레리나, Chopin Etude op.10 no.2 A minor
이걸 보고 쇼팽은 정상이 아니라 함을 수 천 번 느꼈다.
어떻게 3,4,5,에 저런 X친 짓을 할 수 있지
Allegro에 저런 짓을 할 건 리스트랑 쇼팽뿐이지.
쇼팽 에튀드 4번 - 추격, Chopin Etude op.10 no.4 C sharp minor
단순히 멋있다고 이걸 어떻게 칠 생각을 했을까.
여기까지 작성한 거 보니 난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
하지만 이 곡은 노력한 만큼 효과가 있어서
나름 이 갈고 투자한 곡이었다.
그때 그 시절 인생곡 중 하나
쇼팽 에튀드 5번 - 흑건, Chopin Etude op.10 no.5 G flat Major
입시 때는 입시에만 집중해야 하는 법.
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그때 봐서 이걸 치게 만드는가
주걸륜.. 당신은 한국 입시생들의 도전정신을
깨우치고 말았어..
쇼팽 에튀드 8번 - 햇빛, Chopin Etude op.10 no.8 F Major
어느 날 햇빛이 짱짱할 무렵 난 피아노 앞에 앉았었다.
그때였을까 난 본능적으로 악보를 펼쳤고,
88페이지의 8번을 보고 말았다.
속도도 2분 음표 기준 88에 맞춰 연습했다.
그때 난 미쳐 8딱 8딱 뛰었었다
곡이 좋아서
날이 좋아서
난 그저 8등신의 피아노 빌런 일뿐..
쇼팽 에튀드 10번 - 제비, Chopin Etude op.10 no.10 A flat Major
왜 부제가 제비인가 생각을 해봤는데
연주하는 손이 제비처럼 촐싹거려서였다.
이 곡 또한 대회 곡으로 쓰진 않았지만
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이라 그냥
연습만 했다.
쇼팽 에튀드 12번 - 혁명, Chopin Etude op.10 no.12 C minor
흠.. 악보에 혁명이 일어나있다
사실 쇼팽 에튀드 책 자체가 2권이 있어서
이렇게 난도질이 돼있는 것 같은데, 그땐 왜
제본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? 겁나 알록달록하네..
사실 이 곡은 입에 곡 리스트 중 손가락 3개에 드는
곡이었기 때문에 이렇다 하지만 지금 보니
장관이다.
쇼팽 에튀드 6번 - 눈송이, Chopin Etude op.25 no.6 G sharp minor
이 3도가 내겐 양날의 검이었다
이 곡 덕분에 3도를 다루는 곡에 능통해졌고
이 곡 덕분에 3일간 손등에 경련이 있었다.
대부분의 입시생들이 잘 다루진 않는다.
( 입시 현장에선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 )
쇼팽 에튀드 10번 - 전투, Chopin Etude op.25 no.10 B minor
3잇단 음표의 옥타브로 달리는 곡
왼손과 오른손의 패턴이 일정하다가 변화구도 있지만
남성성을 보여주기엔 최적이라 생각하여 연습도 했었다.
입시곡으로도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론
시도하고 싶진 않았던 곡이다.
그저 레퍼토리를 넓히고 싶었던 곡..
쇼팽 에튀드 11번 - 겨울 바람, Chopin Etude op.25 no.11 A minor
나의 인생 곡
혁명과 같이 입시곡 리스트에 있으며
이걸로 콩쿠르 입상 및 대학 갔다.
오른손 반주 신경 쓰랴 그렇다고 진짜 반주 개념도 아니고,
왼손 베이스 신경 쓰랴 오른손에 맞춰야 하고
이 혼돈의 카오스로 어떻게 입시하고 대회 입상을 했을까.
그리고 왜 많고 많은 곡 중 이걸 골랐을까
아마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.
쇼팽 에튀드 12번 - 대양, Chopin Etude op.25 no.12 C minor
이 곡은 입시가 끝나고 학교 가기 전
텀이 있던 기간에 연습했던 곡이다.
혼자 배낭여행으로 바다를 갔었는데
파도 물결치는 것보다 이 곡을 연습하고 싶다.
생각했었고, 작곡도 했었다.
마지막으로
물론 지금도 음악생활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지만
음악을 할 때 행복한 것이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해도
직업으로써 생각할 땐 악조건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.
물론 이 악조건을 받아들이고 사는 많은 음악인들을 존경하지만
이제 시작하는 예비음악인들은 어느 정도의 각오를 했으면 좋겠고
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그 벽을 뛰어넘는다면
상상 이상의 광활함이 펼쳐져 있다는 확신을 말해주고 싶다.
Kuneu, Kunu, Hanho, Kuhanho, Koohanho, 쿠느, 구한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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